피아리노를 알게 되고, 이건 정말 절 위한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0분 남짓의 강의가 좀 짧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되긴 했지만 어차피 레슨 시간은 지난 번의 과제 점검 -> 선생님께서 피드백과 나아갈 방향 제시 -> 이해한 대로 수행해 보기 -> (어차피 안 될 거니까) 재교육 .....의 반복인데 액기스만 뽑아서 10분이라는 게 말이 되어 보였어요. 수강생 분들은 알 거예요. 정말 그렇다는 걸. 10분? 진짜 꽉 찬 10여분이더라고요. 유일하게 걱정되는 거라면 작심삼일을 '작심했으면 삼일이라도 하는 게 좋다'로 읽는 제 나약한 의지 뿐이었지요. 그렇게 피아리노를 결제하고, 사전 신고서를 작성해서 보내놓고 피아리노 매니저님과 먼저 레슨 일정을 조정했어요. 그리고 선생님 소개를 딱 듣는데, 오 마이 갓. 세상에. 지저스. 진짜 딱 '아니, 이런 누추한 곳에 귀한 분이!'라는 느낌이었어요. 아니, 왜 저같은 학생에게 이런 선생님이 붙는 거죠? 막 제가 다 황송해서, 원... 그렇게 선생님을 만나서 잠깐 방향 조정을 하고 소나티네를 익혀가며 피아노를 배워가기로 했지요. 그렇게 지금까지 배우고 있어요. 직장인이자 챙겨야 할 가정도 있는 제가 지금껏 피아노를 칠 수 있었던 건 정말 피아리노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 같아요. 전 매일 6시 경에 출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저녁 6시~7시가 되거든요. 저녁 먹고 늦게서야 피아노에 손이라도 대 볼 수 있는데 학원을 다녔으면 이동 시간이 추가로 들었을테니 그만큼 연습량도 적어졌겠지요. 하루에 30분~1시간을 겨우 내는 제게 10분, 20분이 더 드냐 덜 드냐는 정말 큰 문제겠더라고요. 일단 몸이 너무 힘들면 오래 못 하는 제가 지금껏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영상을 통해 레슨이 진행되는 피아리노의 방식 덕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레슨 중간에 올해 초, 코로나가 수도권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때 제가 또 모 처로 파견 근무를 가서 교대 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이 때 일반 학원을 다니고 있었으면 그대로 끝이었겠지요. 영상 10분도 정말 짧지 않아요. 솔직히 가끔은 넘치기도 해요. 이제 피아노를 친 지 몇 개월 되지는 않아서 그렇겠지만, 머리로는 선생님께서 하는 말 다 뭔지 알겠거든요? 근데 이노무 손이 진짜 안 따라줘요. 마음 같아서는 매끈하게 닦인 유리판에 옥구슬 굴리고 싶은데, 제가 치면 꼭 자갈밭에 탱탱볼 굴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나더라고요? 하다못해 아스팔트 길에 굴리는 소리라도 내려고 하다 보면 순식간에 과제 제출일이 돌아와요. 과제를 영상으로 제출해야 하는 것도 정말 도움이 많이 됩니다. 피아노 앞에만 앉으면 조울증 환자가 되는지 '내 손가락은 쓰레기야....'라고 자학하는 시기도 오지만 처음에 안 되는 게 되기 시작하면 '어? 뭔가 좀 되는 듯?'이라고 의기양양해지는 시기가 주기적으로 오거든요. 이럴 때는 또 한없이 자뻑에 취해서 '와, 이번 주 과제 보면 선생님께서 많이 늘었다고 놀라시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때도 있단 말이죠? 그런데 영상보면 제가 먼저 깜짝 놀라요. 너무 못 쳐서.....(전에 이거 선생님 붙들고 흑흑 하소연했더니 선생님께서는 '영상과 녹음은 사실만을 말해준다'고 하셨어요.........그 뒤에 위로 담뿍 해 주셨지만요.) 영상으로 과제 제출하는 것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어요. 과제 제출일에는 벼락치기의 신이 강림하사 집중력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가요. 특히나 전날까지도 해결 안 된 구간이 있으면 더욱 그렇죠. 평소 연습 때라면 적당히 하다가 포기할 법도 한데, 당장 오늘까지 과제를 찍어서 내야 하면 방법이 없어요. 제 왼손과 오른손이 전생에 철천지 원수였다고 해도 상관 없어요. 일단 지금은 어떻게든 둘이 합을 맞춰 맞는 건반을 눌러서 연주를 해야만 하는 거예요! 이렇게 하다 보면 과제 제출 때는 어떻게든 일단 영상이 나오긴 하더라고요. 또 이렇게 하다 보면 방금 전까지도 못했던 구간이 해결되어 있기도 하고요. 제가 또 학부 때 교육학을 이수했는데, 거기서 배운 내용 중에 '평가는 그 자체로 학습 활동이 되어야 한다'는 게 있어요. 시험은 그간 배운 내용을 판단하기 위한 활동이지만 시험 행위 자체로도 교육이 된다는 거죠. 과제 영상을 찍으면서 전 이 말이 정말 많이 생각났어요. 만약 혼자 했다면 안 되는 부분을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적당히 넘어가버렸을 거예요. 이번 주 레슨으로 저는 바흐 인벤션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곡에 들어갑니다. 치과 예약을 하던 1년 전의 제게 '넌 내년에 피아노를 치고 있어. 심지어 어릴 때 그렇게 학을 떼던 바흐를 연주하며 즐거워하고 있을 거야.'라고 말했다면 믿지 못했을 거예요. 앞으로 또 어떤 작곡가를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지 기대됩니다. 그래서 전 피아리노에 참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이런 레슨이 있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이왕이면 오래오래 이 서비스가 유지되기를 바라요. 그래서 후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장황한 글이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긴 하지만..... 그리고 제가 한 번 삽질을 시작하면 순식간에 땅을 깊이 푹푹 파 내려가는 타입이라 선생님께 참 많이도 징징댄 것 같은데 늘 격려로 받아주시는 선생님, 감사합니다. 어쩌죠. 당분간은 이런 저랑 같이 해 주세요.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http://icarus104.egloos.com/5949552